2009년 11월 4일 수요일

중국칭다오 - 어느 미용사 이야기


제가 2년가까이 중국에서 머리손질하러 가는 미용실의 실장입니다. 우리가 흔히 미용실의 "원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여기서는 "무슨무슨라오싀(선생)"라고 부르더군요.

이 친구와 머리손질을 하기 시작한건 중국에 오고나서부터 계속입니다.
한 한국미용실에서 실장을 하고 있었고, 참 무뚝뚝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제가 원하는 스타일의 머리손질을 해주었기 때문에
계속 이 친구하고만 머리를 손질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33년동안 손질해온 머리보다 훨씬 맘에 들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조선족인데(개인적으로 중국에서 살고 있는 입장에서 조선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굉장히 폄하하는 느낌의 단어라서 잘 사용하지 않고 교포라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말투가 꼭 우리나라 경남 지방의 사투리와 많이 비슷합니다. 칭다오에 있는 조선족들의 어투가 대부분 그렇더군요.

어느날인가 미용실이 한 달 정도 실내공사를 들어간다고 이야기를 해주었고, 공사전에 저한테 전화번호를 알아갔습니다.
전화번호를 물어보길래 전 그냥 손님관리를 하려나 싶었죠. 1년 넘도록 "어떻게 자를까요?"만 묻던 사람이 전화번호를 물어보길래 신기했죠. 그런데 왠걸 미용실 공사가 끝나고 나서는 이 친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34년만에 맘에 드는 미용사를 발견했는데 굉장히 불안해졌죠. 아, 중국에서 머리자르기 정말 힘든데 어쩌나 하구요. (중국과 한국의 헤어스타일이 너무틀려서 별다른 걸 원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만족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한 4달 동안 다른곳에서 대충 2번만 머리손질을 했고, 그때마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했죠.

그러다 얼마전 시내의 DVD샵에 DVD 구입하러 갔다가 DVD가게 옆에서 이친구를 봤습니다. 보아하니 자기 이름으로
미용실을 차렸더군요. 바로 찾아가서 시간 예약을 하고 2일후에 머리를 하러 갔습니다.
하는 이야기가, 문자를 보냈는데 제가 안왔다는군요. 중국에서 저한테 문자를 보낼사람이 거의 없어서 전 중국어로 온 문자는 대부분 지워버립니다. -_-. 어쨌는 다시 안심하고 머리를 손질 할 수 있게 됬습니다.

평소에는 30분이면 자르던 머리를 그날은 1시간이 넘도록 자르더군요. 마침 제가 마지막 손님이기도 했구요.

1년이 넘도록 한두마디 밖에 하지 않던 사람이 1시간 30분 동안 자기 인생사를 쫙 펼쳐 놓았습니다.
어머니는 한국에서 벌써 7년이 넘도록 일을하고 계시고(지금은 거제도 조선소에서 일을하고 계신답니다) 아버지 손에서 자랐으며, IMF때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너무 어려워지셔서 중국에 있던 자기들도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살았답니다.
어머니는 브로커를 통해 그 당시 돈으로 한국돈 1500만원가까이 주고 갔다고 하는것 같더군요. 그렇게 그렇게 살아오다가
베이징에서 한국미용실 사장을 알게되어 칭다오로 오게되었고, 칭다오에서 같이 미용실을 열었답니다. 그렇게 5년을 같이 일했는데 관계가 틀어져 독립을 하게 된거더군요.

참 많이 서운해 했습니다. 전 미용실 사장에게. 자기는 (지분은 없지만) 동업이라고 생각을하고, 열심히 일했는데 결과가 않좋다고... 자세한 이야기는 제가 해선 안되는 내용인것 같습니다.

이 친구가 저한테 하는 이야기가 한국사람들은 안좋은 점이 한가지 있답니다. '자존심을 너무 세운다"는 군요. 때에 따라서는 자존심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을텐데, 너무 자존심을 꺽지 못한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중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 조선족들에 대해 폄하하는 생각을 기반에 깔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래서 안되" "조선족들은 그렇더라..." 등등. 저도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반대로 그들의 눈에 비치는 한국사람들의 모습도 그닥 좋은 건 아닌것 같습니다. 애국심이니 뭐네, 밖에 있으면 한국사람 욕 안먹게 해야되네 말이 많지만, 다 거두고 우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기본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상대하는 사람이 누구이든지 간에 동일하게 예로 대하고 존중해줘야 하겠죠. 밖에 나와서 보면 안에서 못보던 것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친구가 자기가 벌써 친구들과 동업으로 4개의 미용실을 차렸고, 앞으로 칭다오에서 가장 좋은 미용실을 세울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친구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생을 해본 사람은 앞으로 있을 어려움에 대해 두려움이 없을 것이고, 그것을 해쳐나갈 지혜와 용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칭다오에서 성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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