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3일 목요일

전날의 섬

 
움베르크 에코를 아는가?
 
처음 움베르크 에코라는 익숙치 않은 발음의 이름을 가진 작가를 알게 된건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름대로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던 때였고, 여러가지 책들을 많이 읽던 시절이었다. 우연히

교보문고에서 '장미의 이름' 이라는 책을 구입하게 됬다. 2권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일단 1권만 구입했다. 구입하게 된 동기는 지금 생각에 유명한 책이라는 서점의 코멘트 때문이었으리라.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 때만해도 어린 마음과 치기에 얼마되지도 않는 내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했으니까. 잘난채 왕이었던 거다. 어쨋든 그 책을 다 읽게 되었고, 움베르트가 가지고 있는 그 무시무시한 지식에 난 압도당했다. 그때는 보통 책이나 음악 기타등등 그런 것들을 접하고 소화하게 되면 그게 마치 내 지식인냥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

 

하지만 에코는 달랐다. 감히 내가 소화할 수도 없었고, 그 방대한 지식을 흉내 조차 낼 수 없었다.

그냥 놀라기만했을 뿐. 얼마나 많은 지식이 쌓여있으면, 그렇게 수많은 것들이 주체를 못하고 마구 흘러 넘칠 수 있을까. 부러웠다.

 

장미의 이름에 압도당한 후 몇 권 나오지 않은 그의 소설책들을 기다리며 읽었다.

두번째 읽은 책은 '푸코의 추'. 이 책은 에코의 책들이 다 그러하듯 중세의 신비주의, 기호학등으로 도배되어 있는 책이다. 이 역시 나의 하찮은 지식으로는 어립도 없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역시 매력을 느끼며 읽었다. 그 후에 나온 소설이 바로 위에 있는 '전날의 섬' 이다.

 

그 후로도 '바우돌리노'라는 책이 나왔지만. 올해 초가 되어서야 전날의 섬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구입하면서 기대한 것은 당연히 그 전의 그의 책처럼 엄청난 양의 지식과 추리 형식의 소설이었다. 하지만 이 중 한가지만 난 만족할 수 있었다. 지식의 양. 추리형식의 어떤 전개는 그다지 기대할 수 없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기행문 비슷하게 느껴졌다. 내용은 정신 분열적 주인공 로베르트가 중세시대에 화두가 되었던 시간의 기준점을 찾아 여러가지 일을 격으며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정말 많은 지식들이 담겨있는데, 중세시대에 유행했던 이상한 의술, 실험적이었던 과학기술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경도 선 하나를 기준으로 어제와 오늘의 시간차를 이야기 하는 것들, 그에 따르는 이상한 음모와 권모술수들. 재미있지만 도데체 무얼 말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항 책이었다. 내가 읽은 3권의 에코 책중 가장 난해했다. 창피하지만 읽다읽다 지쳐 700페이지중 마지막60페이지는 읽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땡기지 않는 그 무엇. 참 난감한 책이다. 이 책에 도전해서 과연 에코의 의도를 파악하고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에코의 다음 책인 바우돌리노는 어떤 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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