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3일 목요일

중국에서의 현지 GUI 개발 경험에 대해 끄적끄적

한국에서 나름 4-5년 동안 이 디바이스, 저 디바이스 GUI를 주로 제작하다가,

작년에 기회가 주어져 현재는 중국의 가전제품 회사에서 GUI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벌써 1년 반이 되어 갑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국이라는 시장 참 독특합니다.

우선 저희가 쓰는 용어가 여기서는 전혀 먹히지 않죠. 중국 나름데로 서양식 전문용어들을

현지화 해버려서 처음에는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한국에서 오히려 너무 많은 서양식 전문용어를 남발하는 것일 수도 있고,

글로벌화되는 세상에 다국가끼리 의사소통을 위해서 반드시 표준화된 용어를 사용하는게 바람직 할 수도 있고,

흠 이 문제는 제가 왈가왈부 할 건 아닌듯 하군요.

 

그리고 아직까지 많은 중국의 제품 회사들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UI"라는 개념에는

관심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제가 이야기 하는 UI라는 단어는 사용성이라는 측면이 강하게

강조된 의미입니다. UI에 관련된 이야기는 아무리 많이 해도, 아무리 쉽게 이야기해도

그들에게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처럼 느끼는 것 같습니다. 눈으로 쉽게 보이는 GUI라는 측면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관심을 보이구요. 이것도 GUI라기 보다는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듯 합니다.

(한국에서 많이들 이야기 하시는 UX개념은 아직 자리 잡기 힘듭니다. 참고로 전 전문용어와 이론적인

UI적 지식이 많은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또한 모든 부분에 있어서 로컬화가 좀 심하죠.

워낙 사람많고 땅덩이 큰 곳이라서 당연히 현지조건에 맞는 로컬화를 해야하지만 가끔은

"이건 너무 한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지화를 시켜 버립니다.

단적인 예로 수많은 제품에 사용되는 아이콘들이 있죠.

워낙 아이콘이 형태만으로 기능을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가전에서는 더욱 심각한 듯 싶습니다.

너무 추상적인 기능을 아이콘으로 표현하길 원하지만,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라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아주 요상한 아이콘들을 내밀곤합니다. 이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드려야만 하는 경우도 있구요.

 

한국에서도 심도깊게 진행되고 있는 TV의 GUI, UI는 중국에서도 아주 관심 깊게 보고 있는 분야입니다.

항상 삼성, LG의 제품을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하고싶다." "저것보다 무조건 잘 만들어야 한다." 라는게

기본 전제 사항이며(사실 모든 제품분야가 동일합니다.) 실제 개발 시에는 Creative는 뒷전이 되어 버립니다.

 

여기에서는 대만이나 중국의 소프트웨어 업체(리얼텍 등등)에서 기성품화 시켜버린 소프트웨어 모듈과 칩 Set를

같이 구입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 플랫폼 위에 GUI를 교체하는거죠. 물론 많은 부분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커스터마이즈 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자체가 틀린거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를 현실화시킨다"가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에 생각을 맞춘다"가 되어 버립니다.

 

처음에 중국에 와서 일을 할때는 제가 그 동안 한국에서 배우고 진행해왔던 방식 그대로 적용을 해봤습니다.

씨도 안먹히더군요. 지금은 많은 생각을 바꿨습니다. 주어진 상황에 맞게 플렉서블한 사람이 되어보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머, 어디 어느곳에 답이란 것이 있겠습니까? 그때 그때 잘 해나가면 되는거 아닐까요?

 

중국에서 한국회사가 아닌 중국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느낀 점 중 또 다른 점은, 중국을 대하는 한국사람들의 마인드입니다.

많은 한국분들이 이곳에 와서 중국 클라이언트를 대할때, 혹은 중국인들을 대할때 정말 목 뻣뻣 합니다.

"우리 한국사람들은 중국 사람들보다 똑똑하고, 잘났어." 라고 은연중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죠.

(돈 많은 사람은 진짜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포르쉐 SUV? 타고 시장 다니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그거 아닌거 같습니다. 중국의 사람들 어떤면에서는 한국에서 일하는 방식보다 때론 훨씬 합리적이며,

때론 훨씬 뛰어납니다. 다만 한국사람들과는 일하는 방식과 생활 방식이 너무나도 다를 뿐이죠.

한번쯤 생각 해볼 문제인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주절주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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